김용기 / 쉬플리코리아 CEO – “해외수주를 위한 제안서, 고객 관점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

EPC부터 기자재까지 플랜트산업은 대표적인 수주산업으로 특히 해외시장에서 치열한 수주 경쟁을 펼쳐야 한다. 치열한 수주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바이어를 설득시킬 전략적 제안서가 필수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제안서와 전략이 필요한지, 글로벌 수주 제안 전문가 집단인 쉬플리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김용기 대표를 만나봤다.<편집자주>

– 먼저, ‘쉬플리’가 어떤 기업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쉬플리는 1972년에 설립된 세계 최고의 제안 전문 컨설팅 기업으로 본사는 미국 유타의 솔트레이크 시티에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17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이다. 쉬플리는 1988년 제안전문가 협회인 APMP(Association of Proposal Management Professionals)를 설립하여 B2B 제안 전문가들의 교류를 이끌어 내었고, 제안 분야에서는 Bible로 통하는 Proposal Guide, Capture Guide를 발행하여 기계산업을 비롯한 건설/엔지니어링, 바이오/제약, 방위/항공 등 주요 32개 산업계 제안의 주요 수주방법론과 원리들을 코칭하고 컨설팅하고 있다. 플랜트 분야의 주요 고객사로는 Flour, Parsons, Bechtel, KBR, ABB, Siemens 등이 있으며 이들 기업들은 현재 쉬플리를 통해 많은 사업들을 수주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중소/중견기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중요한 사업에서 승리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많은 국내기업이 쉬플리의 B2B 제안 전문성을 이용하고 있다. 16년 기준 쉬플리는 국내 기준 84.9%, 글로벌 기준 82%의 수주율(win rates)을 기록하고 있다.

– 국내 플랜트 EPC나 기자재 기업들의 해외 수주사업에 대한 성공사례가 있나.

대기업부터 중견, 중소기업까지 굉장히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봤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작년에 진행한 중소기업의 해외 세일즈 PT 개발 컨설팅이다.

플랜트용 특수 밸브를 생산하는 이 기업은 연 매출을 평균 200억 정도 강소기업이다. 국내 주요 발전사에 안정적으로 공급을 하고 있고, 계속해서 성장하기 위해 해외시장으로 진출이 중요한 시점에 직면했다. 기존에 해외영업용으로 사용하시던 표준 세일즈 PT에 대한 진단을 해보니 개선해야 할 점이 굉장히 명확했다. 기업의 규모에 관계없이 국내 기업의 해외세일즈 자료는 공통적인 문제점이 있다. 바로 회사연혁으로 시작해서 조직도, 보유한 인증, 기술 설계도면, 제품, 레퍼런스 등등 온갖 메시지와 기술정보가 가득하다. 고객 니즈에 대한 파악이 안되어 있기 때문에 세일즈 자료에서 동일한 문제점이 드러난다. 쉬플리는 컨설팅을 통해 해당기업의 담당자가 해외바이어의 이슈를 취합하도록 가이드를 주고 영업 활동을 코칭했다. 취합된 정보를 토대로 우리의 솔루션을 재구성하고 잠재적인 경쟁사까지 공략하는 전략을 개발하고 표준 세일즈 PT에 반영했다.

약 70페이지에 이르는 기술영업 PT가 30페이지 정도로 양은 줄었고, 고객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굉장히 강력해졌다. 이 회사는 현재 해당 PT를 기술영업 도구로 표준화하여 활용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수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 국내 기업들의 해외 수주를 위한 제안서가 글로벌 시장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는데, 국내기업들 제안서의 문제점을 꼽는다면.

기술력만 좋으면 바이어가 자연스레 우리의 솔루션이나 제품을 구매해 줄 것이라는 환상은 당연한 결과이지만 번번이 세일즈 실패로 이어지는 것은 고객 관점의 제안서를 작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기업의 해외 세일즈 자료를 해외 컨설턴트한테 보여주면 2가지 항목에 대해서는 대개 공통적인 피드백이 있다.

첫째. 내용 전달이 안되는 그래픽 사용이 많다. 텍스트에 비해 그래픽이 너무나 많은데, 해외에서는 이러한 그래픽 위주의 세일즈 제안을 찾아보기 힘들다. 해외 발주처는 이런 유형의 제안을 두고 not serious! 진지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둘째. 한국인이 쓰는 영어문장이 어렵다. 서술의 품질은 ‘사용하는 단어의 수준, 문장의 길이’로 판단할 수 있다. 국내기업의 세일즈 제안은 단어가 어렵고 문장이 길다. 해외 Business writing의 경우 보통 10학년 기준으로 작성하는데, sales proposal의 경우에는 8학년 기준으로 작성할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 그렇다면 해외 세일즈에 최적화된 제안서는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가?

고객 관점 혹은 평가자 관점을 반영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효과적인 세일즈 제안서는 고객을 빠르고 쉽게 이해시키며 결국에는 우리를 선택하게 만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의 시각에서 무엇을, 어떻게 보고 싶어하는지를 고민해야 하고, 이 고민의 결과물은 ‘고객관점의 세일즈 제안서’로 만들어 진다. 쉬플리는 지난 46년간 글로벌 시장에서의 제안 컨설팅 경험을 토대로 고객관점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 6개 대륙 25개 국가의 비즈니스맨 5,000명을 대상으로 심층조사를 통해 가장 효과적인 세일즈 제안서의 기준 10가지를 정립했다. 몇 가지만 선별적으로 소개하겠다.

먼저, 해외 세일즈 제안은 헤드라인 구조로 작성하라.

결론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고객의 요구사항에 대한 우리의 주장을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하고, 그에 대한 근거(proof)를 다음에 제시해야 한다. 논문작성과는 정 반대의 방식이다.

둘째, 솔루션의 특징(feature)이 아닌 효용(benefit)을 정의하고 강조해야 한다.

대다수 세일즈 제안 혹은 제품 소개 문서를 보면 해당 솔루션의 기술적 특징(feature)만 가득하다. ‘무게, 단위, 성능, 가격, 납기, 설계구조, 수치해석’ 이러한 특징만 가득한 세일즈 문서가 우리의 고객에게 차별화된 효용을 제시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적 특징으로 인해 우리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효용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언급해야 한다. 솔루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본문 혹은 별첨으로 대응하면 된다.

셋째, 앞서 말한대로 그래픽을 선별적으로 사용하라는 것이다. 그래픽의 분량은 전체 세일즈 제안서의 25%를 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핵심솔루션 혹은 메시지 부분에만 선별적으로 그래픽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는 쉽게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다는 기준은 고객이 평가항목을 찾기 쉬워야 하고 평가하기 쉬워야 한다. 주장을 명확하게 헤드라인 구조로 해야 하고, 그에 대한 근거 또한 정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앞서 말했다시피 영어가 쉬워야 한다. 문장의 길이는 짧게, 그리고 쉬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 제안서 외에 입찰 참여 전 단계부터 바이어와의 소통이 중요할 것 같은데, 국내기업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바이어와의 소통 전략이 있는가.

사실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첫째, RFP 혹은 RFQ를 요청받기 이전에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급적이면 경쟁사보다 먼저 개입할수록 효과적이다. 발주처의 평가자는 모두 전문가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오해가 있다. 그렇지 않다. 고객은 사업관련 자신의 이슈를 정확히 정의해줄 수 있는 전문가, 그리고 그 이슈를 잘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시해줄 수 있는 전문가를 선호한다. 고객의 이슈는 매 구매건 혹은 매 사업건마다 판판이 다르다. 따라서 국내 중소/중견기업은 이메일/대면미팅/전시회/상담회 등 여러 채널을 통해 고객의 이슈를 먼저 정의하고, 최적화된 솔루션을 잘 제시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둘째. 해외영업은 관계형성이 전부가 아니다. 고객조직의 Keyman만 설득하면 반드시 수출에 성공하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특정 Keyman 개인이 아닌 조직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B2B 비즈니스의 주체는 개인이 아닌 조직이다. 강소기업 규모 이상의 체급을 갖춘 해외기업의 경우 CEO뿐만 아니라 기술분야 CEO, 재무분야 CFO 등 다양한 국면에서 영향권자 개개인의 이슈를 분석하고 체계적으로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 플랜트기자재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비용이나 전문인력 측면에서 열악할 수밖에 없는데, 중소 기자재업체들을 위해 효과적인 활용 방안을 추천한다면.

대기업에 비해 여러 가지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있는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역량기술서(Capability Statment)를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역량기술서란 북미/유럽 선진국에서 범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세일즈 자료로서 기술영업이 중요한 EPC/기계/조선/항공 등 첨단제조 산업계 기업이 수출계약 달성을 위해 전략적으로 한다. 역량기술서는 짧게 5페이지부터 길게는 수십 페이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와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량기술서는 일반적인 회사소개 브로슈어나 기술사양서에 비해 세일즈 현장에서 굉장히 효과적인데 그 이유는 항목의 구성 기준이 잠재 바이어의 니즈 우선순위에 따라 전략적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우리기업이 해외 전시회 참석, 바이어 초청 상담회 등 고객 조직의 구매/기술 담당자와 대면 등 사전영업 단계에서 역량기술서를 통해 강력한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을 시도해보고 그 효과와 중요성을 체득해보면 좋겠다.

– 쉬플리의 제안 성공률이 85%에 육박한다고 소개했다. 성공률이 높은 쉬플리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쉬플리의 제안과 PT에는 ‘전략’이 담겨있다. 쉬플리에서는 고객사가 차별화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도록 코칭하고, 취득한 정보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전략을 개발하고, 개발된 전략을 체계적으로 세일즈 제안, PT로 담아낸다.

또한 쉬플리는 차별화된 전문성을 갖고 있다. 지난 9년 동안 적게는 수십억, 크게는 수조원 대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국내/해외 사업에는 항상 쉬플리가 있었다. 한국에서 제안/PT 관련 작업을 경험과 전문성 또한 가장 앞선다고 자신할 수 있다.

– 끝으로, 국내 플랜트 EPC나 기자재 업계에 하고 싶은 말은 있다면.

무엇보다 전문가 영업을 하라고 강조하고 싶다. Technical proposal을 통해 마진이 좋고, 기술력이 중요한 하이엔드 마켓을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고객의 니즈를 잘 파악해서, 자체 솔루션으로 효용을 줄 수 있는 전문가 영업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관계가 아니라 전문성에 의존해야 한다. 전문성에 기반해서 우리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를 ‘정의’하고 ‘제안’할 수 있는 것이 제안영업이다. 이것을 이해하면 효과적으로 하이엔드 마켓을 잘 공략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