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부진 석유화학업계, 체질 개선 위한 국내 투자는 지속

–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 부진 속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고부가가치, 소재 분야 국내 투자 현황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가 실적 부진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정유와 석유화학 업체들의 수출은 전년대비 각각 13.7%, 15.2% 감소한 400억 달러, 424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러한 부진은 유가 하락에 의한 제품단가 하락, 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 글로벌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것이 주 원인이다.

지난 1월 조기준공한 SK울산 Complex 내 감압잔사유 탈황설비

올해도 글로벌 경기 위축과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요 감소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자급률 상승과 미국의 대규모 석유화학 신증설에 따른 글로벌 공급 과잉도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전망이 어둡다.

미국의 석유화학 생산능력은 대표적으로 에틸렌의 경우 ‘19년 38,102(천톤)에서 올해 40,188(천톤)으로 증가가 예상되며 중국 또한 ’19년 27,607(천톤)에서 ‘20년 31,263(천톤)으로 생산설비를 확대하고 있다. 내수 또한 국내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산업 위축으로 최악이었던 지난해보다도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처럼 국내외 시장 모두 악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고부가가치 제품과 비석유화학 첨단소재 쪽으로 체질을 개선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이어져온 국내 생산시설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SK에너지는 ‘그린 이노베이션’이라는 전략 아래 VRDS의 친환경 전략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약 1조 원을 투입한 SK울산 Complex 내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Vacuum Residue Desulfurization)를 조기 준공함으로써 일 4만 배럴에 이르는 저유황유 생산에 들어갔다. 동사는 저유황유 생산을 통해 매년 2~3천억 원 추가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SK그룹이 친환경과 비석유, 소재 분야로 대외 이미지를 바꾸는 차원에서 화학사들의 상호명을 바꾸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의 화학 3사인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비피화학은 고부가가치 제품과 첨단 소재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울산지역에 2021년까지 5000억 원 규모의 신·증설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울산공장과 여수공장에 원료 경쟁력 및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약 3,700억 원을 투자해 울산 MeX(Meta-Xylene, 메타자일렌) 제품 공장과 여수 PC(폴리카보네이트)공장 증설 준공을 앞두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 강화를 위해 울산공장에 약 500억 원을 투자한 PIA(Purified Isophthalic Acid, 고순도이소프탈산) 생산설비를 증설 중이다.

PIA는 PET, 도료, 불포화 수지 등의 원료로 쓰이는 제품으로 전 세계에서 7곳의 업체만이 생산하고 있는 고부가 제품이며,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4년부터 세계 1위의 생산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또한 지난해 엔지니어드 스톤 등 건축 및 자동차용 소재 등을 생산하는 롯데첨단소재를 합병, 비석유화학 소재 분야의 경쟁력도 강화해나가고 있다.

롯데정밀화학과 롯데BP화학도 생산시설 증대를 위한 국내투자를 확대 중이다. 고부가 스페셜티 전문 화학기업인 롯데정밀화학은 약 1,150억 원을 울산공장에 투자하여 메틸셀룰로스(메셀로스®)제품의 사업경쟁력을 강화한다.

롯데비피화학 역시 울산공장 내에 초산 및 초산비닐(VAM) 생산설비를 현재 75만 톤(초산 55만 톤, 초산 비닐 20만 톤)인 연간 생산 능력이 105만 톤(초산 65만 톤, 초산 비닐 40만 톤)으로 증설을 진행 중이다.

올해 시설투자로 6조 원을 집행할 계획인 LG화학은 전기자 배터리 분야 세계 선두를 목표로 국내외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에는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소재 생산 시설을 늘린다.

LG화학은 구미시 국가산업 5단지 내 6만여㎡ 부지에 약 5,000억 원을 투자해 배터리 양극재 공장 건설을 올해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양극재는 배터리의 4대 핵심원재료(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중 하나로 배터리 재료비의 약 40%를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원재료로 기술 장벽이 높은 고부가 소재로 알려져 있다. 신설 공장은 내년 중 착공을 시작해 투자가 완료되는 2024년 이후에는 연간 약 6만 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밖에 여천NCC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제품의 717천톤 증설을 올해 완료할 계획이며 한화케미칼 또한 VCM, PVC 등 280천 톤 증설을 올해 앞두고 있다.

이처럼 대외 시장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고부가가치 사업다변화를 위한 국내 투자를 지속하는 데 대해 정부는 감사함을 표시하며 석유화학업계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석유화학산업의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올해 2.1조 원의 대규모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며 100대 핵심품목에 대한 전주기적 지원 강화, 특화선도기업 선정·지원, 별도 세액공제 신설로 기술개발 투자 시 세액공제 등을 지원한다.

한편에선 국내 기업들의 매출 부진이 심화되면 계획대로 신증설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라는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