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기자재 핵심소재 ‘타이타늄’, 생산 원가 줄이는 획기적 기술 개발- 원종우 /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 선임연구원

고강도, 고성형성을 갖는 순수 타이타늄 제조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었다. 이번 기술을 통해 제작되는 순수 타이타늄 판재는 플랜트 핵심 기자재인 열교환기에 적용, 효율 향상 및 원가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기술 개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재료연구소 타이타늄연구실 원종우 박사를 통해 이 기술의 산업적 효과 등을 들어봤다.

– 재료연구소 타이타늄 연구실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타이타늄 연구실은 어떤 곳인가.

재료연구소 금속재료연구본부의 ‘타이타늄 연구실’은 주로 합금설계와 ‘저비용 고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타이타늄 기반의 합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11명의 박사급 연구진이 타이타늄 소재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3D프린팅, 주조, 단조, 판재압연, 봉재압연, 인발, 압출 등의 제조 공정 최적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기존 산업의 구조용 부품뿐만 아니라, IT・바이오산업의 기능성 부품에도 적용되고 있으며 점차 그 상용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 타이타늄 연구의 중요성과 산업적 가치에 대해 설명한다면.

타이타늄은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부터 ‘매우 강한 금속’의 이미지로 확고하게 자리하고 있다. 영화 ‘아이언맨’에서는 주인공이 착용하는 최첨단 수트의 소재로 설정했고, 심지어 주방용품이나 주얼리 등도 상품의 견고함을 강조하기 위해 타이타늄을 앞세우고 있다. 실제로 타이타늄은 일반강철의 2배, 알루미늄의 6배의 강도를 가지고 있으며, 상온에서뿐만 아니라 극히 낮은 온도에서부터 600°C의 고온에 이르기까지 높은 강도를 유지한다.

그러나 공학적으로 볼 때 타이타늄의 장점은 ‘강도’에 머무르지 않는다.

타이타늄의 중요한 물리적 성질 중 하나로 작은 비중을 꼽을 수 있는데 타이타늄의 비중은 4.54g/cm3로 철(7.87g/cm3)에 비해 60%가 가볍다. 아울러 화학적 성질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내식성을 보이는데, 이는 부식의 발생을 억제시키는 부동태 피막이 타이타늄 표면에 치밀하게 형성되어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타이타늄은 높은 강도, 비중, 뛰어난 내식성을 가진 금속으로 기존 철강소재가 이루지 못한 부분의 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4차 산업혁명’이라 일컫는 급격한 산업의 고도화와 더불어 친환경・고효율을 앞세운 각종 국제 에너지・환경규제 강화 등의 변화를 기존 철강소재가 견뎌내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타이타늄은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기에 적합한 물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산업적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최근 고강도, 고성형성의 순수 타이타늄 제조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화제다. 어떤 기술인가.

타이타늄으로 부품을 제조할 때, 일반적으로는 압연 후 성형의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고강도를 유지시켜 파괴되지 않으면서 형태 변형이 자유로운 타이타늄 판재를 얻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강도와 성형성은 서로 상충하는 특성으로 한 성질을 향상시키면 다른 하나가 저하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강도와 성형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압연기술이다.

이는 더 얇은 판재 두께로 기존 판재와 동일한 무게를 견딜 수 있다는 것을 뜻하며, 소재절약, 경량성 향상, 비용절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 개발의 의미가 있다 하겠다.

– 새로 개발한 타이타늄 제조기술이 기존 기술과 차별성은.

판재 제조를 위해 압연가공을 거치면 소재를 구성하는 결정립의 결정방위가 한쪽 방향으로 불안정하게 배열된다. 이를 ‘집합조직’이라고 하는데, 일반 압연공정에서는 집합조직의 발달을 피할 수 없다. 압연장비 상하 롤의 속도를 달리 하는 방법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여겨져 왔으나, 설비를 새로 구축해야하는 부담이 있으며, 이마저도 판재가 휘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우리 연구팀은 금속 소재에서 흔히 발생하는 현상인 쌍정*(twinning)에 주목하고, 이를 이용하여 소재의 결정방위를 제어하는 압연기술을 최초로 개발했다. 집합조직을 분산시켜 소재의 성형성을 향상시키는 이 기술은 기존 압연장비에 추가적인 설치 없이 구현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쌍정 : 금속소재가 변형을 받을 경우 특정결정면을 기준으로 대칭되는 위치에 원자가 재배열되는 현상

– 타이타늄은 열교환기 등 플랜트 압력용기류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새로 개발한 제조기술을 적용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산업적 효과는.

본 기술을 통해 저가의 저순도 순수 타이타늄을 고가의 고순도 순수 타이타늄을 대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최종 제품의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강도와 성형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판형 열교환기’에 기술적용이 가능하며, 제조단가 절감, 경량화 및 열교환 효율상승 등의 추가적인 장점을 가진 고성능 제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열교환기 외에 다른 기자재로도 적용이 많을 것 같은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통하여 ASTM grade 2 CP-Ti의 성형성을 grade 1 CP-Ti에 준하게 제어할 수 있음을 확인함에 따라 grade 1 CP-Ti을 대체하여 grade 2 CP-Ti를 판형 열교환기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나아가 성형성과 강도를 동시에 요구하는 모든 플랜트・중공업 기자재로 본 기술의 활용범위를 넓혀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이 기술이 산업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산업계에 성공적인 상용화 안착이 중요할 것 같다. 산업계에 기술 이전과 같은 향후 계획은.

현재는 개발된 기술의 조건 최적화를 통해 압연기술의 성숙도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기술의 최적화와 함께 적합한 사용처를 모색하는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화학설비, 중공업 등 기존의 사용처뿐만 아니라 IT, 반도체 산업에서도 타이타늄의 활용이 요구되고 있다. 본 기술이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바탕이 되는 선지적 연구가 되었길 바란다.

–  끝으로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연구나 포부가 있다면.

타이타늄 판재의 전 세계 수요 시장규모는 2016년 기준 7조 원으로, 국내・외 시장 모두 매년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산업 전반에 걸쳐 타이타늄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주변만 둘러보아도 쉽게 체감할 수 있으며, 소재 산업분야에서는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재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본 기술은 타이타늄의 활용을 더욱 확장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여 국제적 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비전을 토대로 현재 타이타늄 기술 개발을 위한 큰 규모의 국책과제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은 산・학・연의 유기적인 협업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 하에, 상업적 생산을 위한 실질적인 설비 구축은 물론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산・학・연이 밀접하게 교류하여 조화와 융합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본인은 연구원으로서 개발기술의 개선과 적용을 위해 산학과 함께 연구 중이며, 이러한 노력이 미래 산업발전의 핵심소재로 타이타늄이 자리매김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